라싸, 그 첫걸음
비행기가 라싸 공항 활주로에 닿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황토빛 산맥이 끝없이 펼쳐지고, 저 멀리 설산이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드디어 라싸에 왔구나.’
평생 한 번은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곳.
이제야 그 첫걸음을 내딛는다.
비행기가 멈추고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승객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이곳의 공기가 한순간에 폐 깊숙이 밀려들었다.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어딘가 익숙지 않은 공기.
해발 3,650m의 공기가 이런 것이구나.
몸이 조금 둔해지는 듯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라앉고 차분해졌다.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따시델렉! (བཀྲ་ཤིས་བདེ་ལེགས་)”
티베트의 첫인사는 정겹다.
‘당신에게 행운이 있기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축복의 말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높은 고도에 적응하려면 천천히 움직이시고, 물을 충분히 드세요.”
가이드의 조언을 들으며 차에 올랐다.
라싸를 향해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광활한 대지, 바람에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기도 깃발, 그리고 길가에서 절을 올리는 순례자들.
그들의 걸음 하나하나에 신앙이 녹아 있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모두가 숨죽여 이 장엄한 풍경을 눈과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곳에서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티베트의 정취가 더욱 짙어졌다.
전통적인 지붕을 한 건물들, 그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기도하는 사람들.
라싸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신앙이 삶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풀었다.
긴 이동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렘으로 가득했다.
저녁이 되자 가이드와 함께 소박한 로컬 식당을 찾았다.
익숙지 않은 향신료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야 티베트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라싸의 첫날밤은 쉽지만은 않았다.
도착한 지 서너 시간이 지나자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띵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평소보다 더디게 느껴졌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공기가 가볍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객실로 돌아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다.
89.
이곳의 공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공기와는 다르다.
산소가 희박한 만큼,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호텔에서는 산소발생기를 준비해 두었다.
기계를 켜고 천천히 산소를 들이마셨다.
10분 후, 수치는 96까지 올라갔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산소에 의존하면 적응이 늦어진다.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기계를 끄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
익숙하지 않은 공기 속에서도,
이곳에서의 시간을 온전히 맞이하고 싶었다.
그렇게, 라싸의 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