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성산 카일라스(Kailash, 岗仁波齐)를 도는 순례길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르게 되는 곳, 주툴푹 사원(Zutulpuk, 祖楚普寺,尊追普寺).
이곳은 순례자들이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신성한 장소입니다. 특히, 카일라스 코라(Kailash Kora, 岗仁波齐转山)의 가장 험난한 구간인 돌마라 고개(Drolma La, 卓玛拉山口)를 넘은 후 도착하는 곳으로, 육체적 한계를 넘어 정신적 수행의 절정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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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전설이 깃든 ‘기적의 동굴’
주툴푹 사원은 직공가규파(直贡噶举派)에 속하며,존주사(尊珠寺), 중철푸사(仲哲普寺), 조추사(祖楚寺)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주툴푹이라는 이름은 티벳어로 “기적의 동굴(Miracle Cave)”을 의미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강력한 영적 에너지를 방출하며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티벳 불교의 또 다른 위대한 수행자인 밀라레파(Milarepa, 米拉日巴)가 신통력으로 만들었다는 동굴 ‘신통동(神通洞)’이 존재합니다.
이곳의 바위에는 그의 발자국과 손자국이 새겨져 있어 순례자들의 경배를 받고 있으며, 동굴 내부에는 그의 명상 흔적과 티벳 불교의 상징적인 문양이 남아 있어 방문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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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레파와 나로 본충의 신통력 대결
이 동굴은 밀라레파와 그의 경쟁자 나로 본충(纳若奔琼)의 신통력 대결로 유명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강력한 법력을 지닌 채 순례길에서 마주쳤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 속에서 밀라레파가 말했습니다.
“비를 피할 집을 하나 짓자. 네가 벽을 쌓을래, 아니면 지붕을 만들래?”
나로 본충이 벽을 세우기로 하자, 밀라레파는 그의 돌들을 다시 수없이 작은 조각으로 부숴버렸습니다. 이에 나로 본충은 다시 돌을 모아 벽을 쌓았고, 밀라레파는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바위를 가져와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동굴 내부로 들어가 보니 천장이 너무 낮았습니다.
그는 머리로 천장을 밀어 올렸고, 그 자리에 그의 머리와 손자국이 남았습니다.
너무 높아진 듯해 다시 동굴 위로 올라가 발로 눌러 높이를 조정했고, 그때 발자국이 새겨졌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법력을 겨루며 만든 동굴이 바로 “신통동(神通洞)”이며, 이후 이를 중심으로 존주사가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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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조의 눈물(大鹏鸟眼泪)
사원의 정면에는 ‘지혜 대붕조 궁전(智慧大鹏鸟宫殿)’이라 불리는 웅장한 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산의 양쪽 높은 곳에서는 샘물이 솟아납니다.
이 샘물은 마치 대붕조의 눈처럼 보여 ‘대붕조의 눈물(大鹏鸟眼泪)’이라 불리며, 전설에 따르면 이 물은 눈을 밝게 하고 안질환을 치료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티벳 전통에서 ‘대붕조(大鵬鳥)‘는 ‘가루다(Garuda)‘로 알려진 신화적 존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루다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등 여러 인도 종교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신조(神鳥)로, 특히 불교와 티벳 문화에서는 중요한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가루다는 지혜와 보호의 상징으로 간주되며, 종종 악령이나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가루다는 용(龍)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무지와 집착을 물리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가루다 인도네시아(Garuda Indonesia)’ 역시 이 신화적 존재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힌두교에서 신 비슈누의 탈것으로 여겨지는 가루다는 힘과 속도의 상징이며, 인도네시아는 힌두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를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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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마지막 여정 – 다르첸으로 돌아가는 길
주툴푹 사원은 티벳의 대형 사찰들과 달리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순례자들에게 강한 정신적 위안을 주는 공간입니다.
험난한 코라의 마지막 구간에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머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평화를 찾습니다.
이곳을 지나면 순례자들은 출발지였던 다르첸(Darchen, 塔钦)으로 돌아갑니다.
카일라스 순례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평온함을 간직한 채,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툴푹 사원은 카일라스 순례길의 마지막 영적 정착지로서 많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깨달음과 안식을 제공합니다.
밀라레파의 신비로운 전설이 깃든 이곳은, 성산 카일라스의 영적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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