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과 성호(聖湖)가 품은 도시, 푸란(Purang, 普兰)
히말라야(喜马拉雅山脉, Himalayas)의 장엄한 능선이 펼쳐진 곳, 푸란(Purang, 普兰)은 티벳 자치구(西藏自治区, Tibet Autonomous Region) 아리(阿里, Ngari) 지역에 자리한 작은 도시로서 인도, 네팔, 티벳 3국의 국경지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부신 만년설을 이고 선 카일라스 산(冈仁波齐, Mt. Kailash)과 고요한 마나사로바르 호수(玛旁雍错, Lake Manasarovar)가 이곳을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수천 년 동안 푸란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성지’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힌두교, 티벳 불교, 자이나교의 신자들은 저마다의 신앙을 품고 이곳을 찾습니다.
카일라스 산을 한 바퀴 도는 코라(Kora, 转山) 순례길은 업을 소멸하고 해탈로 나아가는 길이라 전해지며, 마나사로바르 호수의 맑은 물은 모든 죄를 씻어준다고 합니다.
이처럼 푸란은 신화와 역사, 그리고 대자연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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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가로질러, 푸란으로 가는 길
푸란으로 가는 여정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하나의 경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 Xinjiang Uygur Autonomous Region)의 우루무치(乌鲁木齐, Urumqi)에서 출발하여 신장-티벳 도로(新藏公路, Xinjiang-Tibet Highway)를 따라 예청(叶城, Yecheng)과 사천하(狮泉河, Shiquanhe)를 경유하는 루트입니다.
3,044km에 이르는 장대한 거리 속에서 사막과 고원, 설산이 어우러진 극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경로는 티벳의 수도 라싸(拉萨, Lhasa)에서 시작됩니다.
시가체(日喀则, Shigatse)와 사가(萨嘎, Saga)를 거쳐 푸란으로 향하는 길로, 약 1,433km를 달리는 동안 끝없는 하늘 아래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신성한 고산지대를 지나게 됩니다.
아리푸란 공항(阿里普兰机场)은 최근(2025년 2월) 운항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공항은 티벳 자치구 아리 지구(阿里地区) 푸란 현(普兰县) 푸란 진(普兰镇) 런궁촌(仁贡村)에 위치해 있으며, 푸란 현청에서 약 12km, 아리 쿤사 공항(阿里昆莎机场)에서 224km 떨어져 있습니다.
아리푸란 공항은 군민 겸용 공항으로, 칭장고원(青藏高原)에 위치한 고고도 지역의 지선 공항 중 하나입니다. 현재 ‘라싸–푸란(拉萨—普兰)’ 노선이 하루에 1편씩 운행되고 있으나, 운행 스케줄은 자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최신 소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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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란에서 만나는 신비로운 풍경
푸란에 발을 들이면, 세속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장엄한 자연과 신성한 기운이 감돕니다.
카일라스 산(冈仁波齐, Mt. Kailash), 영원의 순례길
해발 6,638m, 설산의 왕이라 불리는 카일라스 산은 세계에서 가장 신성한 산 중 하나입니다.
많은 순례자들은 52km에 이르는 코라(Kora, 转山)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습니다.
코라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업이 소멸된다고 믿어지며, 108번 돌면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마나사로바르 호수(玛旁雍错, Lake Manasarovar)와 라크사스탈 호수(拉昂错, Lake Rakshastal), 빛과 그림자의 조화
카일라쉬 산의 동쪽에 자리한 마나사로바르 호수는 티벳에서 가장 신성한 호수로 여겨집니다.
해발 4,590m의 고도에 위치하며, 그 거울처럼 맑은 물에는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비칩니다.
티벳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가 씻긴다고 믿습니다.
그 바로 옆에는 대조적인 호수가 자리합니다. 라크사스탈 호수(拉昂错, Lake Rakshastal)는 전설에 따르면 악마의 호수라 불립니다.
물이 짜고 생명체가 살지 않으며, 마나사로바르 호수와 달리 거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지만 이 둘이 나란히 놓인 모습은 마치 명(明)과 암(暗),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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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신앙이 깃든 사찰들
푸란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사찰들이 곳곳에 자리합니다.
코가 사원(科迦寺, Khorchak Monastery): 996년에 세워진 티벳 불교의 대표적인 사원으로, 정교한 탕카(불화)와 불상이 가득합니다.
셴바린 사원(仙巴林寺, Guru Gyam Monastery): 히말라야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사원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니라, 고원의 신앙이 숨 쉬는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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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란 국제 시장(普兰国际市场), 문화가 만나는 곳
푸란은 오래전부터 남아시아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입니다.
오늘날에도 푸란 국제 시장에서는 인도, 네팔, 티벳에서 온 다양한 물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형형색색의 사리를 두른 네팔 여성들과 순례를 온 인도인들, 그리고 티벳 승려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향신료, 보석, 전통 의류부터 히말라야 약초까지—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문화와 신앙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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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설산 아래, 영원의 도시
푸란은 신과 인간, 자연과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성스러운 땅입니다.
카일라스 산의 흰 봉우리 위로 바람이 불어오고, 마나사로바르 호수의 수면 위에 푸른 하늘이 비치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푸란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되묻게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