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짝사랑한 마녀
아주 오랜 옛날 보타산에 사는 관세음보살(观世音菩萨)이 수하에 있던 신 한 명을 원숭이로 변하게 한 후 남해로부터 티벳의 설국으로 보내어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원숭이는 얄룽 계곡의 한 동굴에 거하며 진심으로 수행을 하며 생활하였습니다.
그 근처에는 한 마녀가 살고 있었는데, 도를 닦는 원숭이를 지켜보던 마녀는 원숭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숭이는 수행 중이라 마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마녀는 너무 슬퍼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 크고 슬퍼서 원숭이는 수행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숭이는 마녀를 찾아가 왜 슬피 우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녀는 원숭이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결혼해 달라고 청혼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숭이는 관세음보살의 제자로서 목숨 바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마녀의 협박
마녀는 원숭이에게 “만약 당신이 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나는 근처의 마귀에게 시집가야 합니다. 그러면 천만 생명을 죽일 것이고, 수많은 마귀의 자식을 낳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수행하고 있는 이 설역고원은 모두 마귀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라고 협박했습니다.
원숭이는 마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녀가 마귀와 결혼하면 많은 생명이 죽고 이 지역이 마귀의 세상이 될 것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숭이는 관세음보살에게 다시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구했습니다.
원숭이의 이야기를 들은 관세음보살은 “수행하여 너 하나만 행복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것도 하늘의 뜻이며 길양의 조화이니 너는 그 마녀와 결혼하여 설역에 인류를 번성케 하라. 이것 또한 선한 일이다”라고 허락했습니다.
이에 원숭이는 할 수 없이 마녀와 결혼하였고, 서로 다른 성격과 외모를 가진 여섯 마리의 원숭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근처에서 과일나무에서 과일을 따먹으며 생활했습니다.
인간으로 진화하는 원숭이
3년 후 원숭이들은 번성하여 500마리에 이르렀고, 숲속의 과일은 모자라게 되어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식들이 굶주리고 괴로워하는 것을 본 원숭이는 다시 한 번 보타산의 관세음보살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습니다. 관세음보살은 수미산에서 오곡 종자를 얻어 대지에 뿌려주었습니다. 종자들은 경작하지 않아도 잘 자라 모든 원숭이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원숭이들은 뺨이 붉고 털이 긴 원숭이 모양에 가까웠으나 점점 털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꼬리는 줄어들며 사람처럼 직립보행을 하게 되어 점점 인간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원숭이 한 마리가 큰 나뭇잎을 가져다 몸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여러 원숭이가 따라 하였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데 좋았습니다. 또 벼락이 치던 어느 날 나무에 불이 붙자 그 불씨를 가져다 잘 살려 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한 도구 등을 사용하여 농사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
마녀와의 결혼에서 태어난 여섯 마리의 원숭이들은 각지에 흩어져 여섯 부족의 조상이 되었고, 다시 열두 부족으로 나뉘어 티벳의 남쪽 지역에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늘어났고, 부족들 간의 다툼이나 싸움이 빈번히 발생하자, 이들을 이끌어줄 강력한 통솔자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습니다. 각 부족의 족장들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놓고 지도자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며칠 후 각 부족의 족장들은 산 위에서 지도자를 만나는 꿈을 똑같이 꾸게 되었습니다. 족장들이 모여 그 꿈에서 가리킨 산 위에 오르니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눈썹이 터키석처럼 빛났고, 손발에는 물갈퀴가 있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부족장들이 아이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이가 하늘이 내려준 왕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목말을 태워 데리고 왔습니다. 이 아이가 티벳의 첫 번째 왕인 녠트리 챔포로, “목마를 타고 와서 왕위에 오른 왕”이라는 뜻입니다.
티벳 최초의 궁전인 융부라캉
그 후 이 아이는 3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처음으로 “궁전을 지으라”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언덕 위에 궁전을 지었으니, 그 궁전이 바로 티벳의 첫 번째 궁전인 융부라캉 궁전입니다.
궁전이 완성되고, 주변 부족들과 작은 왕국들을 모두 통합하여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티벳의 첫 번째 왕조가 탄생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약 1,000여 년 동안 티벳을 다스리는 왕조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들이 티벳고원의 선조이며 조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