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 주식, 짠바
광활한 고원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티벳인들의 하루는 변함없이 시작됩니다.
그들의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짠바입니다.
볶은 청보리를 곱게 빻아 만든 짠바는 고된 유목 생활 속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든든한 한 끼가 되어 줍니다.
손으로 반죽해 뭉쳐 먹는 형태로 소비되며, 보관이 용이하고 열량이 높아 유목민들에게 필수적인 식량입니다.
순례자들에게도 짠바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입니다.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은 작은 주머니에 짠바 가루를 담아 다니며 허기를 달래고, 차 한 모금과 함께 씹어 삼키며 다시 걸음을 내딛습니다.
짠바를 먹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는 티벳인들의 생활 방식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한 줌의 짠바 가루에 수유차를 조금씩 부어가며 손으로 반죽합니다. 그러고는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입에 넣습니다.
따로 도구를 사용할 필요 없이 손끝에서 완성되는 이 음식은,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티벳인들에게 실용적인 식사이자 전통이 깃든 음식입니다.

티벳의 영혼을 담은 차, 수유차
티벳에서 가장 널리 마시는 차는 단연 수유차입니다.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유차는 벽돌차를 진하게 우려낸 후, 나무통에 붓고 소금과 야크 버터를 넣어 섞어 만듭니다. 그 결과 짙고 고소한 향을 지닌 차가 완성됩니다.
수유차는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날씨 속에서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기온이 낮고 건조한 티벳의 기후에서 버터와 소금이 함유된 차는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때로는 우유나 견과류를 첨가해 더욱 풍미를 더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 대신 설탕을 넣어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손님을 맞이할 때 수유차를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티벳인들의 중요한 예의입니다.
주인은 손님이 잔을 비울 때마다 차를 따라주며, 이는 환대와 존중을 의미합니다. 특히 남자가 차를 따라주는 것은 손님에 대한 깊은 존중을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티벳에서는 차 한 잔을 나누는 것이 단순한 환대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삶의 이야기와 지혜가 오가고,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갑니다.

고원의 환경과 육식 문화
티벳인들이 육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환경적인 요인과 식문화적 전통에서 비롯됩니다.
티벳은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로, 기온이 낮고 겨울이 길어 채소와 곡물 재배가 어렵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은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됩니다. 특히,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티벳인들은 오래전부터 야크와 양, 염소를 키우며 고기를 주요한 식량으로 삼아 왔습니다.
그러나 티벳 불교에서는 생명을 존중하는 가르침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때문에 티벳인들은 완전한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어려운 기후 조건 속에서도, 가능한 한 생명의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접 도축하지 않고, 전문 도축업자가 의식을 치르며 도살하는 방식을 통해 업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또한, 한 마리의 동물이 희생되면 그 고기는 최대한 낭비 없이 활용됩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유목 생활과 식문화
티벳인들의 삶은 유목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야크, 양, 염소 등의 가축을 기르며 살아갑니다.
이 가축들은 단순한 식량 공급원이 아니라, 유제품 생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야크는 티벳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동물입니다. 야크의 젖은 버터와 치즈로 가공되어 차와 함께 마시거나 요리에 사용됩니다. 또한, 야크 버터는 등불을 밝히거나 의식에 사용되는 등 생활 곳곳에서 활용됩니다.
야크 고기와 양고기는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여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생존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티벳인들은 고기를 푹 삶거나 말려서 보관하며, 특히 건조한 고기는 겨울철 식량으로 소중히 여겨집니다. 한편,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버터는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티벳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음식 속에 담긴 티벳의 지혜
티벳의 식문화는 단순한 생존의 방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공존하며 발전해 온 지혜의 결정체입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짠바 한 덩어리와 수유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갑니다. 육식을 하면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을 찾고,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의 유대를 다집니다.
티벳의 한 가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따뜻한 차와 짠바입니다.
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차를 따르는 손길, 짠바를 반죽하는 손끝, 그리고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티벳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렇게, 티벳의 하루는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