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의 땅, 티벳
해발 4,000미터를 넘나드는 광활한 티벳 고원. 거친 자연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들에게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하나의 신성한 의식입니다.

수유차 한 잔의 온기
티벳의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건네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따뜻한 수유차 한 잔입니다. 깊고 짙은 향을 품은 이 차는 야크 버터, 홍차, 그리고 소금을 넣어 만든 티벳의 전통 음료입니다.
하지만 이 차를 내어주는 일은 단순한 환대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배려이자, 함께하는 순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손님은 예의상 한 모금이라도 꼭 마셔야 합니다.
주인은 손님의 잔이 비지 않도록 조용히 다시 차를 따르는데, 손님이 잔을 살짝 덮어 충분함을 표현하면 비로소 미소를 머금고 잔을 거둡니다.
그 안에는 ‘이곳에서 편안하기를 바란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보리 술 한 잔에 담긴 존중
잔칫날이 되면 티벳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창(青稞酒)’이라 불리는 보리 술입니다. 손님이 오면 주인은 직접 술을 따르며 환영의 뜻을 전합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첫 잔은 가볍게 입만 대고 마시지 않는 것이 예의이며, 이는 술을 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현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잔이 되어서야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을 나누며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갑니다.

하다(Khata),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방식
티벳에서는 소중한 손님을 맞이할 때 ‘하다’를 건넵니다.
하다는 전통적인 흰색 또는 푸른색 비단 스카프로, 순수함과 축복을 의미합니다.
이 스카프를 받을 때는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야 합니다. 이를 대충 넘겨받거나 무심히 걸치는 것은 무례로 여겨집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티벳 사람들의 방식입니다.

한 그릇의 식사, 함께하는 기쁨
티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성을 나누고, 인연을 이어가는 순간입니다.
식사 자리에서는 주인이 손님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내놓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참빠’입니다. 볶은 보리가루에 수유차를 섞어 반죽해 손으로 빚어 먹는 참빠는 티벳의 주식입니다.
손님이 처음이라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주인이 먼저 시범을 보이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전합니다.
고기 요리가 나오면 손님이 먼저 음식을 시작하도록 권하는 것도 티벳의 오랜 전통입니다.
주인은 몇 번이고 손님에게 더 먹을 것을 권하며, 손님이 충분히 배부를 때까지 식사가 끝나지 않습니다.

집을 존중하는 태도
티벳의 가정을 방문할 때, 손님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이 있습니다.
신발을 신은 채로 방에 들어가지 않으며, 주인이 먼저 권하기 전까지 함부로 앉지 않습니다.
집 안에 불단이 있다면 등을 돌리지 않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또한 불교 경전이나 신성한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환대는 마음을 나누는 일
티벳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단순한 관습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의 존재를 깊이 인정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따뜻한 차 한 잔, 정성 가득한 식사, 그리고 마음을 담은 작은 몸짓까지—그 모든 것이 티벳의 환대 속에 스며 있습니다.
여행자가 이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함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