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Khata)는 티벳에서 축복과 존경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비단 스카프입니다.
티벳어로는 “다갸(Dagya)”라고 하며, ‘하다’는 중국식 표기입니다.
이 스카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티벳 문화에서 가장 숭고한 예절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오늘날에도 손님을 맞이하거나 스승에게 경의를 표할 때, 종교 행사나 축제에서, 혹은 중요한 의식에서 하다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전해집니다.
이런 의미로 공항에서 가이드와 첫 만남에서 하다를 목에 걸어 드립니다.
하다를 올바르게 주고받는 것은 티벳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하다의 유래 – 머리띠에서 존경의 예물로
‘하다’가 ‘다갸’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원래 예단이 아니라, 군신과 고위 관료들이 머리에 두르던 흰색 머리띠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인체에서 가장 존귀한 부위인 머리에 두르는 흰색 머리띠는 당시 복식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장식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존경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머리에서 가장 소중한 머리띠를 풀어 바치는 것은 극진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행위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하다를 바치는 전통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하다가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아리 지역의 토딩사원(Toding Monastery) 벽화에서 구게 왕국의 왕과 신하, 백성들이 아띠샤 존자(Atisha Dipankara)를 맞이하는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아띠샤 존자가 티벳에 온 시기는 1037년으로, 즉 오늘날까지 9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통입니다.

하다의 색과 상징 – 다섯 가지 색이 담은 의미
하다는 일반적으로 흰색이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파란색,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을 포함한 다섯 가지 색상이 존재하며, 이들을 조합한 오색 하다도 있습니다.
이 색상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티벳 불교의 세계관과 자연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흰색: 순수함과 축복, 길상
파란색: 하늘과 공간, 깨달음
붉은색: 공간을 지키는 수호신, 보호
초록색: 강과 하천, 자연과 평화
노란색: 대지, 풍요와 학문적 성취
오색 하다는 부처님과 보살께 바치는 가장 성스러운 예물이며, 결혼식에서도 사용됩니다.
불교 교리에 따르면, 오색 하다는 보살의 옷을 상징하므로 특정한 경우에만 사용되며, 결혼식에서 오색 하다를 두르는 것은 오색 구름이 내려와 길상과 축복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다를 주고받는 순간 – 존경과 축복의 예절
1. 손님을 환영하고 배웅할 때
하다를 손님에게 건네는 것은 단순한 환대의 의미를 넘어, 손님을 귀한 존재로 여긴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하다를 주는 것은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멀리 떠나는 이가 평안과 행운을 얻기를 바라는 깊은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2. 스승과 라마(승려)에게 존경을 표할 때
티벳 불교에서 스승이나 고승을 만날 때 하다를 올리는 것은 최고의 존경을 나타내는 방식입니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들어 올려 바치며, 이는 스승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받들겠다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고승들은 이러한 하다를 받아 제자의 정성을 인정하고, 축복을 내려줍니다.
3. 기쁨을 나누는 축하의 순간
하다를 축하의 의미로 건네는 것은 단순한 축복을 넘어, 상대방의 기쁜 순간을 함께 기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행위입니다.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하며 하다를 걸어주고, 졸업이나 승진 등 중요한 전환점에서도 미래의 밝은 길을 응원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신앙과 함께하는 종교 행사
4. 신앙과 함께하는 종교 행사
사원에서 기도할 때 하다를 바치는 것은 신에게 감사와 공경을 표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공양이 아니라, 자신의 정성과 마음을 바치는 상징적인 예식입니다.
불상이나 불탑 앞에 두는 하다는 신성한 존재에 대한 믿음과 간절한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5.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조문의 자리
장례식에서 사용되는 하다는 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흰색 하다는 순수함과 평온함을 상징하며, 세상을 떠난 이를 편안한 곳으로 보내드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삶과 죽음을 모두 존중하는 티벳 문화의 깊은 정신을 반영하는 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다를 바치는 방법 – 예의 속에 담긴 마음
하다를 주고받을 때는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네야 합니다.
상대방이 받기 편하도록 가볍게 늘어뜨린 상태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받는 사람 역시 두 손으로 정중히 받아야 하며, 감사의 표시로 즉시 목에 두르거나 가슴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나 보살께 바칠 때: 하다를 불단 앞이나 무릎 위에 놓아야 하며, 머리 위나 어깨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고승이나 연장자에게 바칠 때: 허리를 깊이 숙여 두 손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바칩니다.
동급 지위의 사람에게 바칠 때: 약간 허리를 숙여 팔 위에 하다를 올려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랫사람이나 후배에게 줄 때: 어깨에 걸거나 팔 위에 올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