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낮추어 마음을 비추다, 오체투지
라싸의 새벽 공기는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기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포탈라 궁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은 아직 차갑지만, 바코르 거리 한켠 길 위에 누군가는 이미 자신을 땅에 던지고 있습니다.
두 손과 두 무릎, 그리고 이마까지.
몸을 낮출수록 마음은 높아지고, 자신을 바닥에 맡길수록 깨끗해진다고 믿는 이들은 오늘도 긴 순례의 길에 오릅니다.

티벳 자치 구역 곳곳의 오체투지
티벳 자치 구역 곳곳, 특히 조캉사원 주변을 걷다 보면 오체투지(五体投地, 磕长头)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오체투지는 단순한 절이 아닙니다.
‘내 몸의 다섯 부분을 모두 땅에 닿게 한다’는 이 수행은, 스스로의 악업을 털어내고 삼보(불·법·승)에 감사하며 다시 일어서는 깊은 수행입니다.
티벳어로 ‘ཕྱག་འཚལ། (챡찰)’이라 부르는데, **‘ཕྱག (챡)’**은 해로운 것을 쓸어낸다는 뜻이고, **‘འཚལ (찰)’**은 축복을 받는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몸을 던지는 순간, 마음도 함께 바닥을 스칩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과 말까지 맑아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다섯 번 몸을 던지는 이유
티벳에서 오체투지는 단순한 신앙 행위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비워내는 삶의 지혜입니다.
몸의 다섯 부위를 땅에 닿게 한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언어가 깨끗해지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길 위에 손과 무릎을 계속 닳게 하며 쌓여가는 것은 흙먼지가 아니라,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절
등신례처럼 몸길이만큼 앞으로 나아가며 절을 올리는 사람, 집 안 작은 경당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사람.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같습니다.
‘나’를 낮추고, 나아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회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체투지가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이유일지 모릅니다.
오체투지,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순서
라싸의 새벽길에서 마주치는 오체투지는 마치 몸으로 쓰는 긴 기도문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절하지 않습니다.
오랜 전통과 마음속 다짐이 한 동작마다 배어 있습니다.
그 절차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왜 티벳 사람들에게 이 수행이 깊은 의미로 남아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1. 합장하여 마음을 모으다
오체투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두 손바닥이 맞닿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를 합니다.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린 손은 악한 업이 빛으로 정화된다고 상상하며 하늘에 올려집니다.
이 작은 동작에 이미 수행의 시작이 담겨 있습니다.

2. 이마, 입, 가슴을 차례로 거쳐 가다
합장한 손은 천천히 이마에 닿습니다.
생각이 맑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어서 입술에 손을 대면, 불필요한 말과 헛된 소리가 씻겨나갑니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손을 얹으면 몸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청정해지길 기원합니다.
생각, 말, 몸.
티벳 사람들은 이 세 가지가 함께 정화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3. 온몸을 땅에 누이다
이제 몸을 낮춥니다.
두 손바닥을 땅에 붙이고, 무릎을 꿇은 뒤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여 이마가 흙에 닿게 합니다.
두 손, 두 무릎, 이마.
다섯 부위가 모두 땅을 스치면 몸은 가장 낮은 곳에 있고, 마음은 가장 높은 곳을 향합니다.

4. 천천히 다시 일어서다
완전히 몸을 땅에 뉘인 뒤에도 곧바로 일어서지 않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땅과 하나 되는 순간을 느낍니다.
그리고 다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한 번의 절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옴 마니 반메 훔’ 육자진언이 계속 흐릅니다.

5. 끝없는 반복이 만들어내는 길
이 절차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은 카일라스 산이나 포탈라 궁전 둘레길을 돌며 수천 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합니다.
길 위에 손자국과 발자국이 남고, 옷자락은 해어집니다.
그 길이 곧 스스로를 낮추고 다시 일어서는 수행의 길이 됩니다.

여행자가 기억해야 할 작은 존중
티벳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통해 몸의 혈을 돌리고 마음의 병을 덜어낸다고 믿습니다.
바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낯선 수행만은 아닙니다.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낮추어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그 또한 오체투지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길 위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몸을 낮추는 그들은 결코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렌즈를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십시오.
그 절 하나에 담긴 무게를,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바라보는 존중의 마음을.
사진 한 장보다 더 큰 것은, 우리 모두의 작은 수행일지도 모릅니다.
기도의 길 위에서
다섯 번 몸을 땅에 던지는 것은 결국 한 번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일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당신도 언젠가 라싸의 돌길 위를 걷게 된다면,
그 오체투지 하나에 담긴 깊은 기도와 간절함을 조금쯤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