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사원 깊숙한 곳,
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붉은 가사를 두른 스승이 불상의 눈앞에서 조용히 속삭입니다.
한 줄기 빛이 사원 내부를 스쳐 지나갈 때, 붓끝이 불상의 눈을 가만히 스칩니다.
그 순간, 차갑던 돌덩이는 신성한 존재로 깨어납니다.
개광의식(开光仪式)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찰나입니다.

개광(开光) – 신성한 힘을 부여하는 의식
불교와 도교에서 개광은 불상이나 법구(法器), 신상에 영적인 힘을 불어넣는 신성한 의식입니다.
단순한 조각상이 아닌 신령한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이 의식은 주로 고승(高僧)이나 경건한 스님이 집전하며, 향을 피우고 주문을 외우며 진행됩니다.
개광이 완료된 불상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닙니다.
신도들은 그 앞에서 기도하며 불보살의 가피(加持)를 기대합니다.
개광된 불상 앞에서 이루어진 기도는 더욱 강한 영험을 지닌다고 믿어집니다.

개안(开眼) – 불상의 눈을 열어주는 순간
개광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개안입니다.
라마가 붓을 들고 불상의 눈에 조심스럽게 점을 찍을 때, 이는 단순한 붓질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불상에 깃들고, 그 지혜가 신도들에게 전달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개안이 이루어지면 불상은 비로소 생명을 얻고, 중생을 자비로 인도하는 존재로 자리합니다.
신도들은 그 앞에서 기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순간, 불상뿐만 아니라 신도들의 마음 또한 새로운 빛을 맞이합니다.

가피(加持) – 불보살이 내려주시는 축복
불교에서 가피란 부처와 보살이 중생에게 내려주는 신성한 보호와 축복을 의미합니다.
가피를 받으면 업장이 소멸되고 수행이 원만해진다고 합니다.
가피를 받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불보살의 가피: 부처님과 보살님께 기도하면 자비로운 힘이 우리를 감싸고 보호해 줍니다.
스승(라마)의 가피: 티벳 불교에서는 고승(라마)의 가피가 매우 중요합니다. 법문과 다라니(陀罗尼, 주문)를 통해 제자들에게 가피를 전합니다.
성물(圣物)의 가피: 개광된 불상, 염주, 탕카(Thangka) 등 성물을 통해 가피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불상뿐만 아니라 팔찌, 염주, 탕카 등 다양한 개인 물품도 개광의식을 통해 신성한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바코르 거리의 상점에서 미리 구매하거나, 사찰에서 판매하는 장신구를 선택하여 개광을 체험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가피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신심(信心)과 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깊은 믿음으로 기도하고 수행할 때, 불보살의 자비로운 기운이 우리의 삶을 더욱 평안하고 복되게 만들어 줍니다.

부처님의 눈을 여는 순간, 우리의 마음도 열린다
사원의 한쪽에서 개광의식을 지켜보던 한 노스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불상이 눈을 뜨는 순간, 우리도 깨닫는 것이지.”
부처님의 눈이 열리는 찰나, 어쩌면 우리 마음속 어둠도 환하게 밝혀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사원의 향냄새와 함께, 깨달음의 순간이 조용히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