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 산(岗仁波齐)은 하늘을 찌를 듯한 웅장함과 신비로운 기운으로 인해 고대부터 ‘신들의 산’이라 불려왔습니다. 해발 6,656m의 이 신성한 산은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성역으로, 티벳 불교와 힌두교를 비롯한 수백만의 신도들에게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전설적인 수행자 밀라레빠(米拉日巴)와 그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복수에서 깨달음으로 향한 여정
밀라레빠는 어린 시절, 삼촌과 고모의 배신으로 인해 가족과 삶이 몰락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분노와 원한에 사로잡힌 그는 복수를 위해 주문을 배우고 적들을 응징했으나, 복수를 이룬 후에는 공허함과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 고통은 결국 그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위대한 스승 마르파(玛尔巴)를 찾아가 제자가 되었고, 혹독한 수련을 견뎌내며 깨달음을 향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어느 날, 마르파는 밀라레빠에게 마지막 시험을 제안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카일라스 산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신의 뜻을 깨닫고 참된 깨달음을 얻어라.”
스승의 명을 받은 밀라레빠는 제자들과 함께 카일라스 산으로 향하였습니다. 장대한 여정을 지나 신성한 산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본교(本教)의 대사 나루펀충(纳若奔琼)이 있었습니다. 카일라스 산을 수호하던 나루펀충은 불교 수행자들의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밀라레빠와의 만남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이곳이 우리 본교의 성지임을 알고도 감히 발을 들였단 말인가?”
밀라레빠는 고요한 태도로 응답하였습니다.
“모든 산과 땅은 신의 뜻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이를 통해 깨달음을 구할 뿐입니다.”
그러나 나루펀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카일라스 산의 주도권을 놓고 도술 대결을 제안하였습니다.
첫 번째 대결: 성호 마나사로바르에서
첫 번째 대결은 카일라스 산 기슭에 있는 성스러운 호수 마나사로바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나루펀충은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몸을 길게 늘려 호수의 양끝에 서는 신통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의 위엄 넘치는 모습에 제자들과 신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나의 법력을 증명했을 것이다. 그대가 나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밀라레빠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대답하였습니다.
“보십시오.”
밀라레빠는 몸을 키우거나 호수를 변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손바닥으로 호수를 부드럽게 덮어 감싸며 들어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호수 속 물고기 하나조차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이를 본 나루펀충은 순간 당황하였으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두 번째 대결을 제안하였습니다.
두 번째 대결: 순례의 방향
두 번째 대결은 성호를 도는 방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본교는 성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고, 불교는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을 중요시하였습니다. 두 수행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호수를 돌며 각자의 법술을 겨뤘습니다.
나루펀충은 자신의 몸을 연기로 변형시키며 호수를 빠르게 돌았습니다. 반면, 밀라레빠는 천천히 명상하듯 움직이며 호수를 돌았습니다. 두 사람이 바위 위에서 마주쳤을 때, 그들의 발자국은 거대한 바위에 새겨졌습니다. 밀라레빠는 나루펀충을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기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나루펀충은 다시 한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마지막 대결을 제안하였습니다.
최후의 대결: 카일라스 산 정상
마지막 대결은 카일라스 산 정상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로 결정되었습니다. 나루펀충은 거대한 북(鼓)을 주문으로 띄워 공중을 날아 정상을 향하였습니다. 그의 속도는 눈부셨습니다. 이를 본 밀라레빠의 제자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에게 달려가 말씀드렸습니다.
“스승님, 나루펀충이 이미 날아가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시면 질 것입니다!”
그러나 밀라레빠는 태연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습니다.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구나. 아직 시간이 있소.”
그는 고요히 주문을 외우며 명상에 들었습니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순간, 밀라레빠는 빛의 기운에 감싸여 단숨에 산 정상에 나타났습니다. 이미 정상에 도달해 있던 밀라레빠를 본 나루펀충은 경악하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합과 새로운 시작
패배를 인정한 나루펀충은 무릎을 꿇고 말하였습니다.
“존자님, 당신의 법력은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저와 제 제자들은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그러나 밀라레빠는 그를 위로하며 말씀하였습니다.
“이 신성한 산은 본교와 불교 모두에게 소중한 장소입니다. 제가 제안하겠습니다. 저기 마나사로바르 호수 근처의 작은 언덕을 보십시오. 그곳에서 수행을 이어가시면 어떻겠습니까?”
밀라레빠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호수 근처에 작은 언덕이 솟아올랐습니다. 나루펀충은 이 기적을 보고 감격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신의 수행처로 언덕을 받아들였습니다.
영원히 전해지는 전설
밀라레빠는 이후에도 카일라스 산에서 수행과 명상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신통력과 깨달음은 전 세계 수행자들에게 영감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는 티벳 불교가 본교와 공존하며 뿌리내리는 과정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설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인간의 영적 성장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