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시험: 문성공주를 얻기 위한 도전
당 태종은 외교를 중요하게 여긴 황제였습니다. 그는 주변 국가들과 혼인 동맹을 맺으며 세력을 공고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청혼자는 달랐습니다. 토번의 왕 송첸캄포였습니다.
송첸캄포는 강력한 지도자였지만, 아직 당나라와 깊은 신뢰를 쌓지는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당 태종에게 문성공주와의 혼인을 요청했습니다. 태종은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러 나라에서 온 사신들에게 어려운 시험을 내리고, 가장 지혜로운 자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토번의 사신으로 나선 이는 가르동찬(禄东赞)이었습니다. 그는 왕의 신임을 받는 지략가였으며, 냉철한 판단력과 번뜩이는 기지를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첫 번째 시험: 구불구불한 구슬의 비밀
태종은 각국 사신들에게 한 개의 작은 구슬과 가느다란 실을 건넸습니다. 구슬 안에는 정교하게 구불구불한 길이 나 있었고, 실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꿰어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신들은 실을 손으로 직접 밀어 넣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어떤 이는 가는 철사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구멍이 너무 복잡하게 휘어 있었습니다.
가르둥찬은 주변을 살피다가 작은 개미 한 마리를 잡아 허리에 실을 묶었습니다. 그런 다음, 개미를 구슬의 한쪽 구멍에 넣고 반대편에는 꿀을 발랐습니다. 개미는 달콤한 냄새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갔고, 실은 자연스럽게 반대편으로 빠져나왔습니다.
태종은 이 기막힌 방법에 감탄했습니다.

두 번째 시험: 어미 말과 망아지의 재회
태종은 100마리의 어미 말과 100마리의 망아지를 섞어 놓고, 서로 짝을 맞추라는 시험을 냈습니다.
다른 사신들은 털의 색과 크기를 비교하며 어미와 새끼를 찾으려 했지만, 너무 비슷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가르둥찬은 망아지들을 다른 울타리에 가둬두고 어미 말들과 분리한 후, 한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울타리를 열어 어미 말들을 풀어주었습니다. 배가 고파진 망아지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어미에게 달려가 젖을 빨았고, 가르둥찬은 이를 통해 정확히 짝을 맞췄습니다.
태종은 다시 한번 그의 기지에 감탄했습니다.
세 번째 시험: 병아리와 어미 닭의 관계
이번에는 100마리의 어미 닭과 수백 마리의 병아리를 섞어 놓고, 각각의 병아리가 어느 어미 닭의 새끼인지 구별하라는 시험이 주어졌습니다.
가르둥찬은 이전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병아리들을 일정 시간 굶긴 후 어미 닭들을 풀어주었습니다. 배고픈 병아리들은 본능적으로 어미 닭에게 달려갔고, 이를 통해 서로를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태종은 그의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에 또다시 탄복했습니다.

네 번째 시험: 나무의 머리와 꼬리 구별하기
태종은 통나무 여러 개를 가져와 어느 쪽이 머리(뿌리)이고 어느 쪽이 꼬리인지 맞추라는 시험을 냈습니다.
다른 사신들은 나무의 결을 살펴보거나, 굵기를 비교하려 했지만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가르둥찬은 통나무를 물에 띄우고 천천히 회전시켰습니다. 그는 나무의 뿌리 부분이 더 무겁고 단단하기 때문에 물에 띄웠을 때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방법으로 머리와 꼬리를 정확히 구별해냈습니다.
태종은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섯 번째 시험: 낯선 길에서 돌아오기
태종은 이번에는 시험 방식을 바꿔 가르둥찬을 일부러 낯선 길로 데려간 후, 혼자서 연회장으로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르둥찬은 처음 길을 갈 때부터 작은 돌멩이를 틈틈이 떨어뜨려가며 표시해두었습니다. 그는 이를 따라 길을 되짚어 돌아왔고, 다시 태종 앞에 섰습니다.
태종은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치밀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마지막 시험: 문성공주 찾기
마지막으로 태종은 500명의 여인들 가운데서 문성공주를 찾아내라는 시험을 내렸습니다.
다른 사신들은 공주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기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르둥찬은 시장을 먼저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공주가 평범한 비단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비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공주가 가져갔을 비단의 종류를 확인한 후, 연회장으로 가서 같은 비단을 걸친 여인을 찾았습니다.
그는 문성공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습니다. 태종은 이번에도 그의 지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성공주와의 혼인
가르둥찬은 모든 시험에서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태종은 마침내 토번과의 혼인을 허락했습니다.
문성공주는 당나라의 문물과 불교 경전, 의약 기술, 농업 기술 등을 가지고 토번으로 떠났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혼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당나라와 토번 사이의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며,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혜로운 사신 가르둥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문성공주가 티벳의 땅을 처음 밟던 그날,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바람이 불어오는 고원에서, 그녀는 과연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