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사회는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부계 성씨를 물려받는 전통이 없습니다.
이는 가문의 계승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을 더욱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티벳에서는 혈통보다 개인의 이름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가족 단위보다는 공동체 중심의 생활방식이 강조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계 중심의 사회 구조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재산과 가계의 계승이 어머니의 혈통을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일처다부제와 같은 독특한 가족 구조도 존재하는데, 이는 재산의 집중과 분할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성씨를 통한 혈통 계승의 필요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부계 성씨 문화의 부재
티벳인의 이름은 불교적 의미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이름을 짓기보다는 라마(승려)나 고승이 축복과 점을 통해 이름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름은 불교 경전에서 비롯되거나 자비, 지혜, 행복과 같은 덕목을 반영한 단어들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텐진(Tenzin, བསྟན་འཛིན་)이라는 이름은 ‘불교 가르침을 지키는 자’라는 뜻을 가지며, 이는 달라이 라마의 법명 중 일부이기도 합니다.
첸조(Chenzö, བྱན་མཛོད་)라는 이름은 ‘자비로운 보물’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성씨를 통해 가문을 강조하기보다는 개인의 신앙과 인격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불교적 영향
티벳 불교에서는 혈통보다 수행과 덕행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여겨집니다.
불교에서는 환생과 업(業, karma)의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씨를 통한 사회적 신분 구별보다 수행을 통해 얻은 법명(法名)이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불교적 평등 사상에 따라 성씨를 통한 계층 구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점도 성씨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 이동성과 구조
티벳은 전통적으로 유목 사회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혈연보다는 지역 사회와의 유대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유목민들은 일정한 거주지를 두지 않고 이동하면서 생활했기 때문에 혈통보다는 공동체 내의 역할과 수행 정도가 개인의 신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공동체의 협력이 필수적인 사회 구조에서는 특정 가문의 계승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유지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활불 전통과 윤회 사상
티벳 불교에서는 활불(환생한 고승) 개념이 중요합니다.
활불은 특정 가문에서 태어나기보다 환생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습니다.
따라서 성씨를 통한 혈통 계승이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활불들은 특정 가문 출신이기도 하지만, 이는 혈통 때문이 아니라 그 가문이 불교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활불은 혈연적 계승이 아니라 영적 계승을 통해 이어지는 존재입니다.

현대 티벳 사회에서의 변화
현대에 들어 중국 행정 체계가 티벳에도 적용되면서 일부 티벳인들은 성씨를 요구하는 공식 문서(여권, 신분증, 은행 서류 등)를 작성할 때 부모의 이름을 성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티벳인들은 중국식 성씨를 채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선택일 뿐 전통적인 티벳 방식은 아닙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티벳인들은 성씨 없이 두 개 또는 세 개의 이름만을 사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