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西安市)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곳곳에서 실크로드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실크로드 군상(丝绸之路群雕) 은 고대 장안(長安)에서 시작된 동서 문명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공 예술 작품입니다.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시안의 역사적 위상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도시의 랜드마크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조각 공원이 아니라, 실크로드가 시작된 장안의 역사와 동서 문명의 만남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기념하는 역사적 공간
실크로드 군상(丝绸之路群雕)은 시안 서쪽 외곽의 대경로(大庆路)와 조원로(枣园路)가 만나는 대형 교차로 광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당나라 장안성의 서쪽 성문이었던 개원문(開遠門) 터 인근으로, 과거 실크로드를 향해 떠나는 상인과 사절단이 반드시 지나던 역사적인 길목이었습니다.
1987년은 실크로드가 공식적으로 개통된 지 2,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안시와 예술가들이 함께 이 대형 조각 작품을 제작했으며, 시안미술학원(西安美術學院) 의 마개호(馬改戶) 교수를 중심으로 여러 조각가가 공동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거대한 대상 행렬이 들려주는 실크로드의 이야기
작품은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향하는 대상(캐러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체는 6마리의 낙타와 6명 이상의 인물로 구성되며, 길이는 약 55.9m, 가장 높은 부분은 약 7m에 이르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붉은빛을 띠는 화강암을 사용해 제작된 조각은 사막과 황토고원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거친 표면 질감은 오랜 여정의 험난함을 표현하며, 거대한 행렬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생동감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함께했던 장안의 풍경
행렬의 맨 앞에는 높은 코와 긴 수염을 가진 서역 상인이 낙타를 이끄는 모습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당시 장안이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여들던 국제도시였음을 상징합니다.
중간에는 당나라 복장을 한 한족 상인이 비단 두루마리를 낙타 등에 싣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민족과 계층의 인물들이 하나의 행렬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등장하는 쌍봉낙타들은 비단 꾸러미와 물, 식량 등을 싣고 묵묵히 길을 걷고 있습니다. 특히 지친 듯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낙타의 표정은 실크로드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행렬 전체는 서쪽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장안에서 서역으로 이어졌던 실크로드와 동서 문명의 교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핵심 장면입니다.
도시 한가운데 펼쳐진 거대한 역사 서사
실크로드 군상은 하나의 조각상이 아니라, 긴 두루마리를 펼쳐 놓은 듯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주변을 걸으며 감상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장면이 조금씩 이어지는 ‘산책형 조각’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거친 돌의 질감은 대상 행렬의 고된 여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인물들의 표정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기대와 도전 정신도 함께 느껴집니다. 현대적인 도심 한복판에서 사막을 향해 떠나는 행렬을 마주하는 독특한 대비는 이 작품만의 큰 매력입니다.
이러한 예술성과 상징성 덕분에 실크로드 군상은 1980년대 중국 공공미술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에서 실크로드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최초의 대형 기념 조각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석양 무렵
실크로드 군상은 대형 교차로 중앙 광장에 위치해 있으므로 횡단보도와 신호를 반드시 이용해 안전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조각군의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에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으려면 초광각 렌즈가 있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작품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면 각 인물과 낙타의 표정, 그리고 행렬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실크로드 군상(丝绸之路群雕) 은 시안 시민들에게는 도시의 자부심으로, 여행자들에게는 실크로드의 긴 여정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