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조춘청랑(早春晴朗)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한번 보기 시작했다가 등장인물과 이야기에 빠졌다는 분들도 많고, 특히 롼녠(栾念)과 상즈타오(尚之桃)의 관계를 따라가며 드라마의 팬이 됐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런데 티벳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제19화에서 두 사람이 티벳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장면입니다.
붉고 흰 벽과 티벳풍 건축물, 마니차(转经筒)까지 화면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라싸(拉萨)를 떠올리게 됩니다. 실제 티벳에서 촬영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촬영지를 따라가 보면 의외의 장소가 나옵니다.
이곳은 실제 라싸에서 촬영한 장면이 아니라, 베이징에 재현된 티벳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입니다.
롼녠과 상즈타오가 티벳으로 떠나게 된 이유
두 사람이 티벳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이해하려면 그전에 이어진 이야기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즈타오는 롼녠과의 관계가 멀어진 뒤 서북지역 신규 프로젝트에 자원해 떠납니다. 그곳에서 약 3개월 동안 일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이후 롼녠이 상즈타오를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롼녠은 헤어진 뒤에도 상즈타오를 그리워했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상즈타오는 어렵게 얻은 서북지역에서의 기회를 포기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곳에 남는 길을 선택합니다. 롼녠 역시 결국 그 선택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반려견 루크(卢克)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티벳 여행을 떠납니다. 바로 제19화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19화에서 가장 눈길을 끈 티벳 전통복장
티벳 여행 장면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두 사람이 나란히 티벳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롼녠이 상즈타오와 함께 촬영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즈타오가 다른 남자 모델과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결국 롼녠도 함께 카메라 앞에 섭니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내처럼 부르며 자세를 잡아주고, 두 사람 역시 굳이 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여러 일을 겪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티벳 복장을 입고 나란히 사진을 남긴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갑니다.
붉고 흰 건물과 티벳식 장식, 거리의 분위기까지 상당히 익숙합니다. 라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촬영지가 어디인지 궁금해질 만합니다.
그런데 촬영지는 라싸가 아니라 베이징이었습니다
인터뷰 자료에는 이 장면의 촬영 장소가 다음과 같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中华民族园北园(藏服拍照)
즉, 롼녠과 상즈타오가 티벳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은 곳은 실제 라싸가 아니라 베이징의 중화민족원 북원(中华民族园北园)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지만 실제 공간의 모습을 보면 왜 이곳을 티벳으로 생각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티벳풍 건물 하나만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사원과 거리, 마니차 등 여러 요소를 한 공간에 모아놓은 티벳 문화구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카메라의 위치와 방향을 달리하면 한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티벳 풍경처럼 보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베이징에서 만나는 조캉사(大昭寺)의 모습
티벳 문화구역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공간 가운데 하나는 조캉사(大昭寺)를 재현한 건축물입니다.
실제 조캉사는 라싸 구시가지 한가운데 자리한 티벳 불교의 대표적인 사원입니다. 중화민족원 북원에는 이 조캉사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든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흰 벽 위로 붉은색이 이어지고, 그 위로 금빛 지붕과 티벳식 장식이 올라갑니다. 단순히 색상만 비슷하게 만든 공간이 아니라 라싸 조캉사의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재현해 놓았기 때문에 드라마 화면에 일부만 잡히면 실제 라싸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바코르거리(八廓街)를 닮은 공간도 이어집니다
조캉사 주변에는 바코르거리(八廓街)를 재현한 공간도 있습니다.
실제 라싸의 바코르거리는 조캉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순례길이자 라싸 구시가지의 중심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캉사 주변을 걷는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고, 골목을 따라 티벳 전통 상점과 건축물이 이어집니다.
중화민족원에서는 이런 라싸 구시가지의 분위기를 한 공간 안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래서 조춘청랑의 전통복장 촬영 장면에서 보이는 골목과 건물도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화면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배경이지만 실제 라싸의 풍경을 알고 나면 어떤 장소를 모티브로 삼았는지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마니차(转经筒)가 더해지면 분위기는 더욱 티벳에 가까워집니다
티벳이라는 인상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마니차(转经筒)입니다.
중화민족원 북원의 티벳 문화구역에는 마니차가 이어지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조캉사를 닮은 건축물과 바코르거리를 연상시키는 골목에 마니차까지 더해지면서 화면 속 공간은 한층 더 라싸처럼 보이게 됩니다.
특히 파란 하늘 아래 붉고 흰 건축물과 마니차가 한 화면에 잡히면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서는 실제 티벳에서 촬영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19화의 모든 티벳 장면이 베이징 촬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촬영지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롼녠과 상즈타오가 티벳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장면이 중화민족원 북원에서 촬영됐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 티벳에서 실제 라싸로
조춘청랑의 장면만 보면 실제 라싸 어디쯤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촬영지를 따라가 보니 그곳은 베이징이었고, 다시 그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연결점이 하나 생깁니다.
촬영 장소는 베이징이지만 화면 속 풍경을 구성하는 모티브는 결국 라싸의 조캉사(大昭寺)와 바코르거리(八廓街)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재현된 티벳의 모습을 만났다면 실제 라싸에서는 그 풍경의 원형이 된 공간을 직접 걸어볼 수 있습니다. 조캉사를 바라보고 바코르거리를 따라 걸으며, 순례자들과 마니차가 이어지는 풍경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이곳은 드라마 속 촬영지를 그대로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화면 속 티벳 풍경의 원형을 실제 라싸에서 만나보는 여행입니다.
조춘청랑을 보다가 시작된 작은 궁금증이 “저곳은 어디일까?”였다면, 촬영지를 확인한 뒤에는 질문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드라마가 보여준 티벳의 이미지를 넘어, 그 풍경의 원형이 된 실제 라싸는 어떤 모습일지 직접 만나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