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닝(西宁)에 가면 자꾸 눈이 가는 산이 하나 있습니다. 도시 북쪽에 자리한 베이산(北山)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산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붉고 거친 절벽 사이로 처마가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건물이 산 위에 올라앉은 것이 아니라 절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사이로 좁은 계단과 통로까지 이어집니다.
‘저기는 대체 어떻게 올라가지.’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곳입니다.
그곳이 바로 베이찬사(北禅寺), 그리고 투러우관(土楼观)입니다.
처음 들으면 이름이 두 개라 조금 헷갈립니다. 베이찬사는 불교 사찰의 이름이고, 투러우관은 도교 사원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산을 걷다 보면 굳이 둘을 완전히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산을 오르고 같은 계단을 걸으며 같은 절벽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불교의 시간이 남아 있고, 그 위로 도교의 시간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하나의 종교만을 만나는 사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신앙과 시대가 한 산에 겹쳐 있는 곳입니다.
이름이 여러 번 바뀐 절
베이찬사·투러우관(北禪寺·土樓觀)은 독특한 ‘현공사(悬空寺 매달린 절)’ 경관과 불교·도교가 융합된 역사로 유명하며, 흔히 ‘중국 제2의 현공사’라고 불림니다.
베이찬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여러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베이찬사와 투러우관뿐 아니라 옛 기록에는 융싱사(永兴寺), 베이산사(北山寺) 같은 이름도 전해집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이름이 많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이름이 많다는 것 자체가 그곳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도 달라졌고, 신앙의 중심도 변했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이름이 생겼고 이전의 이름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의 시작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종교 활동의 역사를 동한(东汉) 시기까지 거슬러 설명하기도 하고, 북위(北魏) 시기인 506년 무렵을 창건 시점으로 보는 자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해를 골라 ‘바로 이때 시작되었습니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직접 이곳을 걸어보면 연도 하나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이 이 산을 찾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절벽과 동굴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전각을 세우고, 다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왔습니다. 베이산에 남은 여러 이름은 바로 그 긴 시간을 보여줍니다.
불교 사찰에 갔는데 도교 전각이 나옵니다
베이찬사라는 이름만 알고 찾아가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분명 불교 사찰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걷다 보면 도교 전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이곳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초기에는 불교 사찰의 성격이 강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도교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1983년에는 투러우관(土楼观)이라는 이름으로 도교 활동 장소로 지정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종교적 성격이 자리 잡았다고 해서 이전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불교의 자취도 남아 있고 도교의 자취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각과 공간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런 곳에서는 종교사를 모두 공부하고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 산에는 서로 다른 시대가 겹쳐 있구나.’
그 정도만 알고 걸어도 충분합니다. 그냥 지나쳤을 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오래된 동굴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한 번 더 멈추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건물을 보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베이찬사·투러우관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절벽입니다.
보통 사찰에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그 주변으로 전각이 자리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순서가 다릅니다. 산과 절벽, 바위와 동굴이 먼저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에 건축물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는 어디까지가 자연이고 어디부터가 건축인지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계단도 반듯하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산의 굴곡을 따라 돌고 꺾이면서 높이를 올리고, 때로는 절벽 안쪽으로 이어집니다.
그 중심에 구굴십팔동(九窟十八洞)이라 불리는 석굴군이 있습니다. 여러 석굴과 전각이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내부에는 불교와 도교에 관련된 조상과 벽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걸을 때 느낌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건물이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 그 건물 옆까지 가면 다시 새로운 계단이 나타납니다. 조금 더 올라 뒤돌아보면 방금 전까지 머리 위에 있던 지붕이 어느새 발아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닝의 도시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는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에 가신다면 올라가는 동안 가끔 뒤를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건물 사이로 도시가 조금씩 보입니다. 몇 계단 더 올라가면 시야가 넓어지고, 어느 순간 시닝(西宁)이 발아래 펼쳐집니다.
오래된 처마가 바로 앞에 있고 그 너머에는 현대적인 도시가 이어집니다. 더 멀리에는 칭하이 고원의 산세가 겹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래된 산사 안을 걷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면 거대한 도시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참 묘한 풍경입니다.
베이산의 풍경은 예부터 베이산옌위(北山烟雨)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왔습니다. 비나 안개가 베이산을 감싸는 날에는 붉은 절벽과 전각이 흐린 공기 속에서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맑은 날에는 절벽의 윤곽과 건축물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오후가 되면 빛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절벽의 굴곡도 조금씩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높은 곳만 바라보고 서둘러 올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계단 몇 개를 오르고 한 번 뒤돌아보고, 다시 조금 걷다가 또 멈춰보는 겁니다.
베이찬사·투러우관에서는 높은 곳에 도착하는 것보다, 올라가는 동안 계속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숨이 찰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천천히 걸으셔야 합니다.
시닝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습니다. 여기에 베이찬사·투러우관에서는 계단과 경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평소라면 별것 아닐 계단에서도 생각보다 숨이 빨리 찰 수 있습니다.
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계속 올라가게 되지만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숨이 차면 잠시 멈추면 됩니다. 오히려 그렇게 멈춰 섰을 때 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천천히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겨울에는 기온뿐 아니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고려해야 합니다. 계단과 경사가 이어지는 만큼 오래 걸어도 편하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구굴십팔동(九窟十八洞)을 비롯한 일부 구간은 현장 상황이나 안전 관리 때문에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통제선과 현장 안내를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현재도 종교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전각 안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촬영 금지 표시가 있다면 카메라를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개방 시간과 입장료, 실제 출입 가능한 구역 역시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시닝에서 반나절이 생긴다면
시닝 여행 중 반나절 정도 시간이 생긴다면 베이산(北山)을 천천히 걸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면서 시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모든 것을 다 봐야 하는 여행지도 아닙니다. 계단이 힘들다면 중간까지만 올라가도 되고 전각 몇 곳만 둘러보고 내려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올라갔느냐보다 걷는 동안 무엇을 보았느냐일지도 모릅니다.
절벽을 한 번 보고, 처마를 바라보고, 동굴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 시닝을 바라봅니다.
산에서 내려오기 전에 베이산을 다시 올려다보면 처음 보았을 때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그저 절벽에 건물이 붙어 있는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절벽 사이에 불교의 시간이 있었고, 그 뒤를 도교의 시간이 이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는 오늘의 시닝이 계속 움직입니다. 사람도 바뀌고 종교도 바뀌고 도시의 모습도 달라졌지만 산은 같은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화려한 전각 하나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된 산과 서로 다른 신앙 그리고 오늘의 도시가 한 풍경 안에 겹쳐지는 순간을 만나는 곳입니다.
아마 베이찬사·투러우관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높은 탑이나 유명한 전각 하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숨이 차서 잠시 멈췄던 순간, 그때 오래된 처마 너머로 보였던 시닝.
저라면 그 장면을 가장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